반성

18.04.14


토요일이면 할아버지와 목욕탕에 간다.

할머니께서 넣어 주신 할아버지 속옷, 로션, 샴푸 등을 가지고 걸어서 10분여 거리 목욕탕에 간다.

 

과정 어디선가 나는 매번 뿔이 난다.

내가 할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해서. 할아버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해서.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모습을 자주 인지한다. 내게는 성가신 생김새도 시간과 환경의 작품일텐데, 내가 진리인양, 모든 것을 아는 쉽게 정의 내리고 만다.

우리는 적이 아니다.

 

다른 이를 위하는 사람이고 싶다.

다른 이의 행동 내게 따끔한 혹은 아픈 자극 되어 찌를 속에 숨은 마음, 배경 풀어내어 이해하고 싶다.

만약 해하려 했다면 그렇게 그를 이끈 배경을 탓하고 싶다.

어떤 장애로도 가리지 못하는 사랑을 마음에 두고 싶다.

 

위하는 마음과 내리는 마음, 어디서 왔을까?

마치 생명의 씨앗처럼, 우리는 받은 것을 뿌릴 뿐이다. 내가 꽃을 피운다면 따사로운 햇빛과 살진 땅과 흐르는 물줄기, 그리고 가끔은 무거운 빗방울로 이뤄진 것이다.

그러니 나는 꽃을 피우고 싶다. 피우고 더욱 많이 피우고 싶다. 꽃잎은 아름답고 흩날린 다음엔 비료가 테다. 벌꿀의 재료 테고 메마른 땅의 생명 테다.

벌레가 좀먹고 땅에 묻힌 썩은 씨앗이 했던 나는 모든 옛일을 긍정하며 꽃피우고 싶다.


18.03.23

오늘 하루, 토요일



할아버지와 점심을 먹었다.

투석을 시간 받으시는 날이면 (그래봤자 격일로 받으신다) 컨디션이 좋으신 담배를 연거푸 태우신다.


보이. 스마일. 스마일.
너는 너무 심각해. 웃어야지.


웃지 않는 이유는 여럿 있다.

하루 종일 뚱해 있지도 않는다.


할아버지 말씀 들을게요.

할아버지도 주변 사람들 조언에 귀를 열어주세요.


웃음을 지으시곤 그러마 답해 주셨다.



저녁은 이모할머니와 같이 먹었다.

점심은 해물 라면이었는데 저녁은 돼지 수육이었다. 같이 드실 알았는데 이미 드셨단다.
병원 공원으로 잠깐 산책을 나갔다. 언덕길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걸었고 공원에서는 기구도 번씩 해보았다. 생각보다 근력도 유연성도 좋으셔서 놀랐다.

돌아오는 길에는 같이 노래도 들었다. 시끄러울까 이어폰도 나눠 끼웠다.


다들 외로워 보인다. 빈 곳을 채우지 못하고 사는 것만 같다.

살기야 살겠지만은.


노래 듣고 기분 풀어요. 그렇게 풀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https://youtu.be/df2K91QSqJE



잠들기 전에.


2018년 3월 9일.

꾸준히 일기를 쓰는 중이다.
인풋 데이터가 많은데, 적지 않고 흘리기 아쉬워서 그렇다.
단백질 음식은 운동과 휴식이 함께 해야 근육으로 변한다.
많은 것들을 보려고 찾아다니고, 필요한 경우 생각한 후에 행동하려 한다.

생각하는 건 익숙하지 않다.
언제 의식을 해야하는지 확실하지 않고, 애초에 의식 않고 사는 방식이 편하다.
편한 것은 보통 자연스럽지만, 모두 그렇지만도 않다.
설탕은 입에 달지만 언제나 좋지만은 않다.
의식하지 않음으로 수용하며 유연하고 싶다. 의식하고 행동함으로 적절하고 번뜩이고 싶다.

내게 주어진 것들, 내가 마주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모두에게 주어진 것들도 아니고, 내게만 자격이 있지 않다는 것도 안다.
내 손으로 잘 다듬어서 물려주고 싶다.
갈고 닦아 예뻐질 것들이 세상엔 많이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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